詩.
♠ 가을 / 無名氏
덕치/이두진
2020. 1. 5. 14:01
가을
길가에 어우러진 풀잎들 위에 새벽녘에 몰래 내린 이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선풍기를 돌려야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밤의 못다한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선선한 바람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 막히던 더위~
세상의 끝날이라도 될 듯 그악스럽게 퍼붓던 호우~
다시는 가을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는 가로수 매미소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성큼 높아진 하늘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경치 좋은 찻집에 앉아 향긋한 차 한 잔 앞에 놓고
두런두런 담소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과 함께 할 가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