燕 策
【 序文 】
연나라는 원래 희성으로 소공(召公) 석(奭)이 주무왕을 도와 은주(殷紂)를 멸하면서 북연(北燕)에 봉해진 것이
건국의 계기가 되었다. 도읍은 계(蓟: 북경시)로 후대 왕조가 북경에 건도(建都)하는 남상이 되었다.
주현왕 46년(기원전 323), 연역왕(燕易王)이 처음으로 칭왕했다.
진시황 25년(기원전 222), 연왕 희(喜)가 진시황에게 항복함으로써 멸망하고 말았다.
영토는 지금의 하북성 북부와 요녕성 서남부, 산서성 동북쪽 일부 등에 걸쳐 있었다.
燕策 一
蘇秦將為從,北說燕文侯曰:「燕東有朝鮮、遼東,北有林胡、樓煩,西有云中、九原,
南有呼沱、易水. 地方二千餘里,帶甲數十萬,車七百乘,騎六千匹,粟支十年.
南有碣石、雁門之饒,北有棗粟之利,民雖不由田作,棗栗之實,足食與民矣. 此所謂天府也.
夫安樂無事,不見覆軍殺將之憂,無無過燕矣. 大王知其所以然乎?夫燕之所以不犯寇被兵者,
以趙之為蔽於南也. 秦、趙五戰,秦再勝而趙三勝. 秦、趙相弊,而王以全燕制其後,
此燕之所以不犯難也.
[주현왕 35년(기원전 334), 소진이 장차 합종을 성사시킬 생각으로 북쪽으로 가서 연문후(燕文侯)에게 말하기를 :
“연나라는 동쪽으로 조선, 요동, 북쪽으로 임호(林胡: 내몽골), 누번(樓煩: 산서성 영무현), 서쪽으로 운중(내몽골 ),
구원(九原: 내몽골 포두시), 남쪽으로 호타하(呼沱河: 하북성), 역수(易水: 하북성 역현 남쪽에 위치)가 있습니다.
영토는 사방 2천여 리입니다. 대갑은 수십만 명, 수레는 7백 승, 기마용 말은 6천 필입니다.
군량은 10년을 지탱할 만합니다. 남쪽으로 갈석산(碣石山: 화물운송의 해로 창구로 하북성 창려현)과
안문산(雁門山: 화물운송의 육로 창구로 산서성 대현)이 있어 풍요롭기 그지없고, 북쪽으로 조율(棗栗)이 풍성합니다.
백성들은 비록 전작(田作)을 하지 않아도 조율만으로 능히 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소위 천부(天府: 자연산물이 풍부한 천혜의 창고)인 것입니다. 무릇 태평하여 병란이 없으며
복군살장(覆軍殺將)의 우환이 없기로는 연나라만한 나라가 없습니다. 대왕께서는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무릇 연나라가 적의 침공을 받지 않는 것은 조나라가 남쪽에서 방어벽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 조 두 나라가 5 번 싸워 진나라가 2 번 이기고, 조나라가 3 번 이겼습니다. 두 나라가 서로 피폐해졌을 때
대왕께서 온전한 군사를 이끌고 가 그 뒤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연나라가 침공을 당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且夫秦之攻燕也,逾云中、九原,過代、上穀,彌地踵道數千里,雖得燕城,秦計固不能守也.
秦之不能害燕亦明矣. 今趙之攻燕也,發興號令,不至十日,而數十萬之中,軍於東垣矣.
度呼沱,涉易水,不至四五日,距國都矣. 故曰, 秦之攻燕也, 戰於千里之外;趙之攻燕也,
戰於百里之內. 夫不憂百里之患, 而重千里之外, 計無過於此者. 是故愿大王與趙從秦,
天下為一, 則國必無患矣. 」 燕王曰:「寡人國小,西迫強秦,南近齊、趙. 齊、趙,強國也,
今主君幸教詔之,合從以安燕, 敬以國從. 」 於是齎蘇秦車馬金帛以至趙.
[또 대저 진나라가 연나라를 침공하려 든다면 운중, 구원을 넘어야 하고, 대(代), 상곡(上谷)을 통과해야 하고,
수천 리 먼길을 행군해야만 합니다. 설령 연나라 성을 취할지라도 진나라는 이를 수비할 수 없다는 것까지
고려해야만 합니다. 이로써 보건대 진나라가 연나라에 해를 끼칠 수 없다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지금 조나라가 연나라를 공격하면서 호령을 발동하면 채 열흘도 못 되어 수십만 명의 군사가 동원(하북성 정정현)에
주둔할 수 있습니다. 호타와 역수를 건너 4, 5일만에 국도인 계성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나라가 연나라를
공격하면 1천 리 밖에서 싸우고, 조나라가 연나라를 공격하면 1백 리 안에서 싸운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무릇 1백 리 이내에 우환이 없어야 1천 리 밖도 중시할 수 있는 것이니 계책을 세울 때 이에 대한 착오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대왕께서는 조나라와 가까이 지내기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설령 천하가 하나가 될지라도
연나라는 아무 염려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연문후가 말하기를 : “과인의 나라는 작은 데다가,
서쪽으로 강한 진나라의 압박이 있고, 남쪽으로는 제, 조 두 나라와 접경하고 있소. 제, 조 두 나라는 강국이고,
지금 그대가 조왕의 가르침을 전해주었소. 과인은 합종으로 연나라를 안정시킬 생각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