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 박인환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 박인환 -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와 우리들의 죽음보다도 더한 냉혹하고 절실한 회상과 체험일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여러 차례의 살륙(殺戮)에 복종한 생명보다도 더한 복수와 고독을 아는 고뇌와 저항일지도 모른다. 한 걸음 한 걸음 .. 詩. 2020.01.05
♠ 그대 내 곁에 없지만 / 안경애 내 곁에 없지만 - 안경애 - 후둑 창을 두드리는 빗방울에 턱 괴고 있다가 잠시 휘청거리는 외로움 고요히 목이 메고 그대 눈빛, 목소리 비의 말로 쏟아져 귓전에 풀어 놓는 지난날 아쉬워 아련하게 가슴속을 동동 떠다니다 눈빛 가득 고인 눈물 뜨겁게 푸른 첫 줄 적어놓고 내 마음 오래 비.. 詩. 2020.01.05
♠ 10월, 너를 보내며 / 윤보영 10월, 너를 보내며 - 윤보영 - 간다면 10월이 기어이 가겠다면 보내자 뒤도 돌아보지도 않도록 기분 좋게 보내주자. 나뭇잎 하나를 떼어내면서도 가슴 가득 그리움만 담아 대더니 주섬주섬 주워들고 길 나서는 10월! 세월에서 한 달을 놓아 준다는 것은 가는 것이 아니라 간만큼 다시 가까워.. 詩. 2020.01.05
♠ 너와 나의 거리 / 황금찬 너와 나의 거리 - 황금찬 - 우리들이 만나는 날엔 언제나 태양이 없었다. 네가 비운 술잔에 달이 뜨고 나는 견우와 직녀의 사랑 이야기를 네 귀에 담고 있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멀고 가까움의 거리는 시간과 공간 안에 있는 것이 아니고 너와 나의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詩. 2020.01.05
♠ 암연(黯然) / 德庤 이두진 암연(黯然) - 德庤/이두진 - 걷잡을 수 없는 혼돈과 고뇌 속에서 나 자신의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며 밤의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긴다. 상황과 거리의 한계성이 모든 것을 구속하고 함몰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한없는 슬픔을 느낀다. 인간이 자기 앞.. 詩. 2020.01.05
♠ 이별 후 愛 / 德庤 이두진 이별 후 愛 - 德庤/이두진 - 우연한 기회에 뜻하지 않았던 만남이 예기치 못했던 감정으로 성숙해 짐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야기되는 여러가지 난점이 해결하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어디선지 희미하게 들려오는 자동차의 바퀴소리가 메마른 가슴에 공허하게 울.. 詩. 2020.01.05
♠ 장맛비 / 德庤 이두진 장맛비 - 德庤/이두진 - 보이는 것은 모두 떠내려 갔다. 가장 어려운 곳에서 힘들게 삶을 꾸려 가는 이들에게 힘을 다해 쏟아 붓는 장맛비, 발꿈치 들고 흔들리는 몇마리 새들 새들이 떠나고 나면 또 무엇이 남아 빗속에서 흔들릴지, 해 질 무렵 예배당의 종이 울리고 종소리는 낮게 땅에.. 詩. 2020.01.05
♠ 삶 에의 기원 / 루 살로메 삶 에의 기원 - 루 살로메 - 정녕 벗이 벗을 사랑하듯이나는 더 수수께기의 삶을 사랑한다.내가 네 가슴속에서 기뻐하고 울고네가 내게 고뇌를, 기쁨을 주는 대로나는 네 행복도 불행도 사랑한다. 네가 나를 파멸시키는 일이 있어도벗이 벗의 품에서 떠날 수 없듯이나는 네 팔을 뿌리칠 수.. 詩. 2020.01.05
♠ 사랑 法 / 無名氏 사랑 法 - 無名時人 - 떠나고 싶은 者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者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時間은 沈默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沈默할 것. 그대 살속의 오래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 詩. 2020.01.05
♠ 가을 / 無名氏 가을 길가에 어우러진 풀잎들 위에 새벽녘에 몰래 내린 이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선풍기를 돌려야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밤의 못다한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선선한 바람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 막히던 더위.. 詩. 2020.01.05